올해 마법의 단어 핀테크. 핀테크에 관한 기사가 이곳저곳에서 올라오고 있다. 지난 겨울부터 핀테크에 대해 이것 저것 조사하고 공부하는 입장에서 ‘나도 어쩔 수 없는 개미였나. 시류에 편승하는 꼴이 되었으니.’하고 생각하게 된다. 다른 나라 사례는 충분히 있지만 우리나라는 규제 때문에 현재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관심이 뜨거운 것만은 사실이다.
핀테크 개념
교통카드가 탑재된 스마트폰으로 지하철을 타고 스마트폰의 앱으로 학원비를 결제하고 모바일을 통해서 송금하는 일을 우리는 벌써하고 있다. 핀테크는 Finance+tech로 금융과 IT의 결합을 의미하며 결제, 자산관리, 클라우드 펀딩 등 IT기술을 이용하여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을 핀테크라고 한다.
중국이 선도적으로 치고 간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가 급증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가 6억 3천만 정도가 되는데 그 중 5억 3천만 명 정도는 모바일을 이용해 인터넷을 이용한다. 이렇게 모바일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니 자연스레 IT기술을 이용하여 금융과 결합할 상품이 나올 기반은 마련된 셈이다.
게다가 아무래도 사회주의 국가이다 보니 금융 산업이 뒤쳐진 나라였는데 이를 혁신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금융에 대한 여러 가지 개혁, 규제완화를 하게 되면서 오히려 다른 나라에 비해 규제가 적게 되었고 이게 핀테크가 발전하게 되는 토양이 되었다.
핀테크하면 전자지갑이나 전자결제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영역이 넓고, 은행이 할 수 있는 것을 거의 대부분 커버할 정도로 시장도 발달되었다. 대표적으로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 텐센트에게 민영은행업, 신용카드 사업을 할 수 있게 허가해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MMF도 팔 수 있도록 허용해주었다. 그러니까 IT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게 금융 규제를 풀어주면서 기술을 바탕으로 금융에 활용하고 핀테크가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즘 명동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물건을 사고 결제를 하면서 예전과는 달리 알리페이로 결제하는 것이 늘어났는데 알리페이는 말 그대로 알리바바에서 만든 페이(결제수단)인 것이다. 중국인이 워낙 많다보니 벌써 알리페이가 전세계 전자결제의 1위가 되었다. 알리페이의 회원수가 3억, 연간 결제액이 650조원이나 된다고 하니 성장세가 무섭긴 무섭다.
핀테크라고 하면 결제수단만 알고 있었는데 그뿐만 아니다. 알리바바의 MMF와 같은 단기 금융상품을 파는 위어바오같은 경우 핀테크의 현재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이다. 위어바오는 시중은행보다 높은 이율로 고객을 끌어모았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인터넷 은행이니 오프라인으로 은행은 만들고, 직원을 고용하는 비용을 절감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핵심은 그게 아니었다. 위어바오는 고객이 은행에 맡겨서 얻는 이자 수입보다 은행과 은행이 거래해서 받는 이자 수입이 더 좋다는 것에서 착안해 만든 상품이다. 우리나라의 예만 보더라도 개인이 은행에 수시 입출금 통장을 만들면 연이율 0.1% 정도이지만 은행과 은행 간의 거래를 할 때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인 2% 정도로 이자를 주고 받는다.
쇼핑몰에서 알리페이로 결제하고 남는 돈을 고객이 예치해두면 이 예치금을 이용하여 다른 은행에 빌려주면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약간의 수수료를 알리바바가 챙기고 다시 원래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2014년 기준으로 은행에 돈을 맡기면 3% 정도 이율이었는데 위어바오는 6%의 이율이니 사람이 몰리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규제 완화의 틈새시장을 정확하게 노렸다. 1년 만에 위어바오는 가입자가 1억 명이 넘고 가입금액은 100조원이 넘게 되었다.
알리바바 보안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중국의 시중 대형은행이 태클을 걸었지만 중국 정부의 입장은 겉으로만 그래그래 알겠어 하는 입장이다. 위어바오 때문에 시중금리는 떨어지고 펀딩의 자금이 중소기업에 돌아가 전체적으로는 순순환구조가 되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핀테크를 충분히 즐기는 것이다.
인터넷은행 말고 핀테크의 다른 영역으로는 대부업계를 대신해 개인끼리의 대출을 도와주는 사업(P2P대출)이 있다. P2P 대출이란 온라인으로 개인들에게 대출 신청을 받아 자체적으로 대출 심사를 하면 이 결과를 등급을 매겨(=신용등급을 매김) 자기 회사의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개인 자산가들이 이 등급을 보고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는 형식이다. 미국의 랜딩 클럽(Lending Club)이란 곳이 제일 선두업체인데 2014년도에 랜딩클럽을 통해 대출한 금액이 5조원이라고 한다. 만약 돈이 떼이게 되면 빌려준 사람이 직접 감당해야 되기 때문에 이게 돌아갈까 싶은데, 나름대로 신용등급에 따라 이자율을 차등화하고 직접 돈 빌려주는 사람이 돈 갚을 사람을 고를 수 있는 것도 장점 때문에 점점 P2P대출 사업 파이가 커지고 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을 타겟으로 서비스하는데 이율은 신용카드 대출보다는 저렴하고 은행보다는 조금 비싸다고 한다. 회사가 커지기는 커졌는지 랜딩 클럽은 기업공개 준비중이라고 한다. 중국도 P2P 대출업계가 2014년 기준으로 1500개가 넘게 나오면서 자연스레 서로 경쟁도 되고 대출이자도 싸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현재는?
우리나라의 핀테크는 막 시작하려는 단계이다. 인터넷 은행이라는 것이 1995년 미국에서 처음 생겼으니 생긴지 20년이 된다. 대표적인 핀테크라고 할 수 있는 전자결제 페이팔 1998년에 생겼고, P2P대출은 영국에서 2005년에 처음 생겼으니 우리나라의 핀테크는 굉장히 뒤쳐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핀테크가 늦은 이유는 규제 때문인데, 인터넷은행만 하여도 금산분리 때문에 현재는 IT업체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산분리?
산업자본은 은행자본의 4%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 삼성이나 현대같은 재벌들이 금융을 지배할 수 없도록 만든 법률로, 고객들에게 받은 돈을 계열사에게 무리하게 대출해 줄까봐 혹은 경쟁사에게는 대출해주지 않을까봐 이를 미리 막는 법률. 때문에 IT업체(산)는 금융(금)과 분리되어 함께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다.
activeX라거나 공인인증서도 핀테크를 막는 걸림돌이다. 액티브X를 없애라고 했더니 이제는 이상한 exe가 설치되도록 만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브X를 만들었지만 그걸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이 되었다. 왠만한 사이트에는 액티브X가 설치되어 있고 인터넷 접속할 때마다 묻는 경고창이 귀찮아 Yes를 누르면 악성코드가 깔릴 확률 증가+액티브X의 보안 결함 때문에 귀찮음을 넘어서 개인정보가 해킹되기 쉽게 되어버린 것이다.
잠깐 옆길로 새어서, 보안문제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금융의 보안은 고칠 필요가 있다. 외국은 보안사고가 나면 금융회사가 책임을 지고 손해배상을 한다. 물론 사용자도 어느 정도 책임을 지지만 소액(10만원 이하)이고 사고가 나더라도 고객이 책임을 지는 선은 분명하다. 외국의 보안 시스템은 금융 회사의 서버 쪽에 설치되게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의 보안 시스템은 개인의 PC에 설치하도록 만들어서 해킹의 책임을 개인 PC로 돌리는 것이다. 또한 금융 회사 쪽에 보안 프로그램이 깔리니 당연히 외국은 액티브X니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게 되는 것이다. 보안은 중요하고 꼭 필요한데, 금융 쪽의 보안은 처음부터 설계를 다시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의 준비는?
시중은행들이 모바일 뱅킹을 강화하고 있기는 한데 본격적인 시장의 진출은 주저하고 있다. 아마도 이유는 핀테크가 활발해지면 금융 쪽으로 IT업체라거나 금융이 아닌 다른 업체가 들어와 경쟁할 것을 우려하는 듯하다.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신용카드가 확실히 자리잡고 있고 기존 은행의 모바일 뱅킹 점유율이 상당하기 때문에 새로운 핀테크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핀테크의 성장세는 세계 1위 일지라도 기술이 1위는 아니라는 점이다. 페이팔이나 랜딩 클럽이 다 미국 기업인 것을 생각해보면 금융이 발달할수록 핀테크에 접목할 항목이 늘어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니 다 죽은줄 알았던 NFC들고나온 애플페이도 있다.) 페이팔이나 알리페이가 우리나라에도 진출하려는 계획을 잡고 있는 것을 보면 가만히 있다가 안방을 내주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핀테크 사업을 할 기업이 없다면 외국 핀테크 기업이 들어와 사업하고 로열티를 줘야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발달되어 있는 핀테크 활성 분야라고 하면 PG분야일 것인데 인터넷 쇼핑과 전자결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만큼 매년 30%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일단 잠재력은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PG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 인구가 갑자기 2배로 불어나지 않는 이상 시장의 끝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다음카카오 가 가장 활발하게 준비하고 있다. 알려진 것으로는 카카오페이, 전자지갑인 뱅크월렛 카카오 사업을 이미 시작했다. 핀테크하면 일단 다음카카오를 시작으로 연결되는 업체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간편결제만으로도 엄청난 이슈가 되는데 NHN엔터테인먼트가 이번에 3500억 유상증자를 하면서 1500억을 간편결제에 쓴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 때문에 말도 많도 탈도 많고 지금 주가가 휘청이고 있는데 공시가 사실이라면 엄청난 물량으로 밀어붙이려는 계획일지 모른다.(하지만 세부 내역을 보면 대부분 마케팅비용이고, R&D는 요만큼도 없다. 기술은 이미 완성되었다는 뜻인지 필요없다는 뜻인지.) 일단 하나 잡기만 하면 그 뒤로는 일사천리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네이버의 라인이 세계적인 가입자는 많아도 한국의 가입자는 많지 않은 입장에서 핀테크를 과연 어떻게 시작할지는 미지수이다.(한국 사이버 결제와 손잡는다는 말이 있긴 한데 말이다.)
아, 빠뜨릴 뻔한 키움증권. 인터넷 증권이 이만큼 성장할 거라고 누구도 예상못했을텐데(나만 못했나?) 이번에 또 인터넷 은행 선언으로 핀테크 수혜주로 자리잡았다.
어쨌거나 올해 내로는 인터넷은행을 출범하기로 했으니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