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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안경(메가네) 리뷰

: 2007, Glasses.めがね

 

다음 영화 정보 : 일본영화 안경

 

 

 

핏캐스트 지대넓얕 김도인이 소개해주어 보게 된 영화.

사실 팟캐스트 들을 때는 딱히 재미있을 것 같지도 않고 줄거리 상으로는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팟캐스트에서 독실이가 계속 그 공동체 반대일세, 입장이었는데 거의 그 입장에 가까운 편.

일본 특유의 잔잔한 정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작지만 아늑하고 그들끼리는 소통하는 공동체에 대한 로망이 없기 때문에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영화.

 

 

줄거리는 별거 없다.

첫장면은 그렇다.

어떤 남자(후에 밝혀지지만 민박집 주인)가 외친다.

"왔다."

어떤 여자(후에 밝혀지지만 고교 생물 교사)가 외친다.

"왔다."

그리고 어떤 (할머니라고 보기에는 조금 젊어 보이는)할머니가 공항에서 내린다.

두 사람은 바닷가의 간의음식점(후에 나오지만 빙수집)을 정리하고 문을 연다.

할머니와 대면.

 

 

 

일상에 지친 주인공 타에코는 문득 여행을 떠난다.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조금은 외딴 곳으로, 비수기에 여행을 간다.

(아마도 그래서 영화에서는 '이 시기에 이곳에 오는 사람은 사색이 특기다.'라고 했는지 모른다.

  비수기에 휴양지에 온다는 것은 그만큼 홀로 조용히 지내고 싶다는 것)

힘들게 짐을 끌고 가는데 빙수집 사쿠라 할머니가 뜬금없이 말한다.

"빙수있어요."

 

그리하여 도착한 섬에서 예약한 민박집으로 간다.

민박집은 조금 찾기 불편한 곳에 있었다.

일부러 간판도 작은 것으로 달려있는 곳이다.

나름 깔끔하고 근사한 인테리어를 한 곳이다.

오케이,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 뒤부터 조금씩 주인공의 기대에 어긋나는 것을 안다.

맛있어 보이는 도시락을 싸던 주인은 오늘 중요한 사람이 와서 특별히 나가서 먹겠다고 한다.

 

(본격 먹방 영화, "내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편)

 

자기와 함께 나가서 도시락을 먹겠냐고 하는 것이다.

낯선 곳에서 나름 거리감을 느끼고 있던 터라 당연히 거절.

그랬더니 자기만 남겨두고 휑하니 나가버린다.

당연히 저녁을 차려줄 줄 알았는데, 꽤나 맛있어 보이는 도시락을 자지만 먹으러 가다니.

(냉장고 음식을 챙겨먹으라고 하지만 남아있는것은 무서워 보이는 빨간 생선뿐.) 

 

배도고프고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그냥 자는 수 밖에.

아침에 일어났더니 더 놀라운 일이 있다.

얼결에 깼더니 할머니가 방안에 들어와 있다.

 

(자다가 일어났더니 낯선 사람이 방에 들어왔다고 생각해보면 끔찍스럽게 놀라지 않겠나.)

 

아무도 없어서 살펴봤더니 다들 바닷가에서 이상한 체조를 하고 있다.

(포스터에도 나와있는 바로 그 체조, 국민체조나 이런것도 아니고 뭔가 좀...우스꽝스러운 몸짓이다.)

민박집 아저씨도 함게 하고 있고.

(강권하지는 않았지만) 같이하자고 권하지만 당연히 안하는 것.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사쿠라 할머니가 온 봄 동안은 매일 바닷가에서 메르시 체조를 한다.

 

 

 

그리고 드디어 먹는 아침.

나름 맛있는 듯하다.

매실 장아찌를 먹는데 너무 신지 주인공 입맛에는 맛질 않지만... 사쿠라 할머니와 주인장은 맛있다며,

하루에 화를 면하게 해주는 매실 장아찌라고 좋단다.

 

 

계속 주인공과 삐걱대는 주변상황.

관광할 곳도 없고 그저 사색하기 좋은 곳이라고 말하는데

민박집을 중심으로 한 묘한 공동체도 주인공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냥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은데 맛있는 고기가 생겼다며 바베큐 파티를 한다.

 

(이 영화, 은근히 식욕을 자극한다;;)

 

 

자꾸 아침에 방에 들어와서 깨우는거에 더이상은 못참겠다 싶어서 다른 민박집으로 가기로 한 주인공.

 

("내가 차린 아침이 이렇게 맛있다." 편)

 

아침도 안먹고 마린 팔레스라는 민박집으로 간다.

하지만 그곳은......

 

 

 

매일매일 공동 노동을 하며 밭에서 키운 채소로 밥을 만들어 먹는 곳.

가자마자 곡괭이를 건내며 일하게 만든다.

이건 마치 늑대를 피해서 왔더니 호랑이를 만난 격이라 도망치듯 나온다.

 

 

무거운 짐을 끌고 지쳐서 더이상은 못 움직이겠다 하고 느끼던 그 때,

사쿠라 할머니가 자전거를 타고 오는 것이 아닌가.

자전거 뒷자석에는 자신의 짐까지 실을 수는 없다.

 

 

상징적이게도, '필수품'만 들었다는 자신의 커다란 수트케이스를 던져두고 다시 하마다 민박집으로 간다.

 

 

 

그날 이후로 주인공의 태도는 조금씩 바뀐다.

함께 먹는 식사가 그렇게까지 부담스럽지 않고 시큼하기만 하던 매실도 어느덧 먹을만 해지게 되었다.

 

 

배우지도 않은 메르시 체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아무 일 없이 바닷가에 가서 뜨개질도 하고 멍하게 바다를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날 뜬금없이 찾아온 주인공의 제자.

주인공을 찾아왔다고는 하지만 사실 특별히 주인공을 찾아 온 것도 아닌 듯하다.

 

(민박 주인이 마시래서 마시고 있는 맥주)

 

제자는 너무나 쉽게 섬 생활에 적응한다.

빙수도 좋아하고, 함께 먹는 식사도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다.

 

 

아무 할 일 없이 바다 앞에서 맥주를 먹으며 시인지, 책의 글귀를 읊어대기도 잘한다.

적당히 사색을 하는 것도 잘한다.

 

"여기서 마시는 맥주도 최고지만 사색하는 것도 최고네요."

 

 

주인공은 결국 빙수도 먹게 되고 사색도 할 수 있게 된다.

 

 

빙수는 물물교환으로 사먹을 수 있는데, 자기가 가진 채소, 종이접기, 심지어 만돌린 연주 재능기부로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주인공은 줄게 없는데.....

 

 

 

 

팥을 삶은 사쿠라 할머니.

중요한 건 조급해 하지 않는 것.

 

 

 

이제 주인공은 스며들들 자연스럽게 지낼 수 있게 된다.

아침을 같이 먹고, 메르시 체조도 하고 혼자 사색하며 산책하다 빙수도 먹고......

 

낚시도 하고 넉살좋게 잘 지내던 제자는 어느 날 문득 왔던 것 처럼 문득 떠나버린다.

 

남은 주인공은 섬 사람들과 일상을 즐긴다.

 

 

여름을 알리는 비가 오고 봄이 끝나며 사쿠라 할머니도 돌아간다.

계속될 것같았던 날들이 갑자기 온 비와 함께 끝난다.

 

 

 

그렇게 영화는 끝난 것 같아보이지만 다음해 봄이 되자 이들은 자연스레 섬으로 모이게 된다.

사쿠라 할머니는 주인공이 뜬 것 같은 빨간 목도리를 매고 말이다.

 

 

 

 

 

 

 

(+)

1. 귀여운 남학생이 없으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는 생물 교사 하루나는 왜 그렇게 까칠하게 굴었던 걸까.

자신의 테두리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일까.

계속 틱틱거렸지만 어느 순간 뒤로 역전되는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이 뜨개질하다가 하루나의 말 한마디에 뜨개질한 것을 다 풀어버려 당황시키기도 하는 등.

나름 투닥거림이 귀여웠다.

 

 

2. 사쿠라 할머니의 자전거 뒤에 타는 것은 모두의 로망인 건지 주인공을 부러워 한다. 할머니의 특별한 배려인지도.

 

3.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영화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좋아할 만한 장면을 많이 보여준다.

한적한 섬의 바다(게다가 산호초때문에 물 색깔이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맛있는 음식, 편안한 사람들.

나도 저기서 저렇게 쉬다오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도록 자극하는 구석이 있다.

하지만 영화적인 면만 본다면 호불호가 갈릴만 하다.

어떤 사람은 졸려서 도저히 볼 수 없었다고 했으니.

힐링을 위해 봤다가 '저렇게 장기 휴가를 보내도 먹고 살만한 사람들의 이야기구만.' 하고 비뚤어져버리거나 자괴감에 빠져버리는 경우도 있다;;;

슬로우 무비, 힐링 영화라고 하지만 그것도 받아들이는 사람 나름이다.

자신의 상태가 그정도로 핀치에 몰렸다면 영화 내용을 보는 것 보다는 틀어놓고 내셔널 지오그래픽 보듯 풍경과 음식만 보도록 하자.

 

 

 

 

 

 

(++)

오키나와라고 알고 있던 영화의 배경은 요론섬이라는 곳이었다.

그래, 어째 오키나와 치고는 공항이 너무 시골스럽다 싶었다.

제주도 정도의 국제공항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영화 첫 시작에 나오는 공항은 너무 낙후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

영화를 보고 요론섬을 검색해 보았는데 일년 열두달 따스한 아열대성 기후라고 한다.

섬 전체가 산호초로 둘러싸이고 물 아래가 비쳐보일 정도로 투명하여 크리스탈 비치라고 한다고 한다.

역시......그냥 배경이 좋은 남국의 섬이려니했는데 작지만 휴향지로 알음알음 알만한 사람은 안다는 곳이었다.

그냥 조용한 섬이 아니었던거다.

 

게다가 거기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안경을 틀어준다거나 섬에서 관광상품화하는 것을 보고 뭔가 묘한 이질감이 생겼다.

(가령, 해변가에 팻말이 있었는데 여기가 메르시체조를 하는 장면을 찍은 곳입니다 하고 알려주는 식)

요란한 곳은 아니었지만 그곳도 이상화된 영화와는 달리 그래도 인간이 사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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